벤쿠버의 일상

**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

minimom58 2004. 12. 14. 12:54
 

    얼마 전에 캐나디언 남자들로만 구성된 합창단 공연에 갔었다.

    우리 교회에서 공연이 있다고 하고, 잘하는 팀이라 하여 성가대원끼리

    모여 실력있는 합창단의 소리는 무엇이 다른지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공연 시작은 저녁 8시 부터였는데 교회 앞 주차장은 7시 30분에도

    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벌써 반 이상의 자리를 빽빽하게 채운 관중들

    사이로 겨우 식구들을 찾고, 아직 오지 않은 대원들의 자리를 확보하고

    앉았다. 사실 하루 전까지 바빴던터라 모처럼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곳에 와서 연주회를 따라다니다 보니 그것도 제법 즐길줄 알게되어

    왠만하면 쫓아다니는 편이다.

    시작이 되자 검은색 정장차림의 단원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우리 교회

    치면 전체 교인 수와 맞먹는 백여명이 줄줄이 나온다. 90%가 65세 이상이

    되었을 노인들이다. 물론 관중들도 80% 이상은 캐나디언 노인들이다.

    이곳에 온 이후 이렇게 많은 캐나디언들이 모인 것은 처음보는 것 같았다.

    어느 곳을 가나, 특히 이벤트 있는 곳에 가면 반 이상의 아시안이 모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소리는 소문만큼 뛰어나진 않았는데, 내가 감동한 것은 얼마나

    열심히들 하는지 그 많은 인원의 할아버지들이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기쁨에 넘쳐 노래를 부르는 거다. 한 자리에서 한시간이 다 되도록

    계속 합창을 하니,  사실 지루해서 조금 졸았지만 할아버지들 열성은

    혀를 두를만 했다.

    끝난 후 피곤함으로 내려오는 눈꺼풀을 비벼가며 차가 있는 곳으로 가면서,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늙어서 저렇게 열심히 살 수 있을까? ...

    삶에 열중하고 기쁘게 찬양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너무 좋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찬양을 하며 노년을 보낼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그래서 얼굴들에 빛이 나고 행복해 보였나보다.

     

    요즘 비가 온다고 운동도 조금씩 건너 뛰고, 라인 댄스도 피곤하다고

    살살 빠지기 시작한게 버릇이 되어간다.

    다시 뛰어야지...하면서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나도 실망스럽다.

     

    이번 겨울은 해가 나는 날도 제법 많다. 비가 많이 퍼붓는 날이 2-3일

    지나면 한층 맑아진 햇살이 멀리에 있는 산봉우리까지 선명하게 비춘다. 

    오랫만에 산에 올라 내려다보니 꼭 섬 한가운데 선것처럼 다운타운부터

    벤쿠버 아일랜드의 형상까지 한 눈에 들어 온다.

    깊은 숨 한 번으로 내 안에 구석까지 신선한 공기로 바뀌어 진 기분이다.

     

    자, 기지개를 크게피고 또 발을 크게 띄자. 행복하고 즐거울 노년기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