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빈곤
꽃빛 수채화 / 안경애
살짝
비 뿌리고 간 아침 뜰에
반가운 손님처럼 당도한 봄 소식
일제히
사르락 손 내미는 이파리처럼
푸른 잎, 불거진 꽃망울 하늘을 향하고
녹두 빛 풀잎,
연분홍 꽃잎 좋은 냄새까지
살며시 깨어난 청아한 꽃 그림
담장 안에 봄빛이 짙다
남편이 이 곳에 살면서 절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캐나다가 선진국이란 것, 둘째는 캐나다의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는다는 것이다. 하루는 다운타운에 나갔다 저녁 무렵에 버스를 타고 와서는 혀를 차며 이야기한다. 버스 안에 탄 10여명의 승객 중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약으로 눈이 풀린 사람, 머리를 얼마나 안 감았는지 엉켜 붙고 기계충 자욱까지 있는 홈리스들… 버스 안은 쩔은 냄새로 한심했다며, 동남아 어느 빈민 국에 와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에게 절대로 해진 후에 버스 타지 말라고 당부한다.
사실 이곳 사람들은 높은 국민 소득에 비해 사는 모습은 검소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요사이 도시 전체로 퍼지고 있는 홈리스들은 그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오늘은 조금 심란한 이야기를 해보자.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다는 밴쿠버는 요사이 늘어나는 홈리스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대부분 마약 중독자인 이들은 도둑, 강도 같은 범죄에도 많이 연루된다. 다운타운에 나가면 2-3년 전에 비해 그 숫자가 많이 늘어났음을 느낄 수 있으며 범죄 건 수가 너무 늘어 경찰력이 따라갈 수가 없다..
정부가 많은 돈을 이들에게 주는데도 계속 나빠지는 이유는 그들이 받는 돈을 모두 약을 구입하는데 써버리고 생활비는 도둑질과 구걸로 연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자명하지 않은가? 마약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면 된다. 그런데 BC 정부가 그 사실을 모를까? 물론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마약 산업은 BC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엔 본부에서 밴쿠버 다운타운에 마약중독자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주사실(처음엔 AIDS 예방을 위해 설립, 중독자들에게 새 주사기와 needle 을 공급)을 마약을 권장할 수 있다 하여 없애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마약중독자들을 관대히 대하는 이 곳에선 중독자들의 인권을 논하며 계속 운영을 한다.
만약 BC에서 마약사업을 차단하면 늙고 병든 노인들만 남을 것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밴쿠버의 또 하나의 골치거리는 빈곤층의 아이들인데 (Children in poverty-20%) 알코올과 마약에 쩔은 책임감 없는 부모들에게 자란 아이들이 일찌감치 같은 길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 반을 세금으로 내면, 이 세금들이 노인들 병 수발로, 중독자들에게로, 그야말로 깨진 독에 물 붓기다.
이민자 수가 증가하면서 밴쿠버는 많은 병을 앓고 있다. 어느 곳이나 양지와 그늘이 존재한다. 캐나다가 복지 국가란 사실은 아프거나, 늙으면 안다고 한다. 그러나 상처는 곪아 온 몸에 퍼지기 전에 도려내야 한다. BC 정부의 갈 길은 험하고 먼데, 좋은 자연 경관에 빠져 너무 태평한 것은 아닌지, 밴쿠버를 사랑하고 아끼는 이 아줌마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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