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이야기
느리게 걸으면 많은 것을 본다.
minimom58
2020. 12. 9. 18:17
빨리 빨리~~를 달고 살던 때는 서두르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쳐진다는 생각 뿐이었다.
달리며 사는게 일상이라, 꿈에서도 달리다 굴러 떨어지거나, 준비가 안되어 허덕거리는 꿈을 자주 꾸었다.
그만큼 긴장하고 강박적이었으리라.
퇴직 후 시계는 느려졌고, 나이가 더해가며 누군가와 경쟁하며 겨룰 일이 없어지고, 허덕허덕, 빨리빨리 라는 강박에서 많이 벗어났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길 고양이들 도시락을 준비하고, 물 한잔을 마시고 나선다.
일할 때에는 새벽 기상이 제일 싫기도 하고 힘들었는데, 이젠 아침의 시작이 즐겁기도 하고 여유롭다.
급식대에 차례대로 도시락 배달을 먼저 하고, 길고양이도 만나 인사도 나누고 나서야 아침운동을 시작한다.
탄천은 매일 그 얼굴이 변화한다. 어느 날은 물 안개에 갇혀 신비롭다가, 또 다른 날은 빤질한 젊은이 마냥 반짝이며 빛을 낸다.
산비둘기 소리가 들리다가, 물가의 풀숲을 헤치며 뒤뚱거리는 오리들이 산책 길까지 점령한다.
지금은 모든 시계가 서있는 것 같다.
운동 교실도 8개월이 넘도록 닫고있고, 간간이 있던 친구들과의 모임도 전부 멈춰있다.
카톡으로 전해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아이들과 영상으로 만나면서 잘 지내지... 아픈데 없지...
그렇게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마스크를 단단히 한 뒤 이렇게 걷다보면 계절이 바뀌면서 좋은 날이 오겠지.
건강 잘 지키면서 버텨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