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입장료 한번에 개봉영화 여러편 보기
minimom58
2002. 7. 15. 12:43
토요일 아침을 먹고나서 일찌감치 딸과 함께 나섰다.
영화를 보러가기 위함인데 일찍 서두를 이유가 있었다.
아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잘다녀오라 인사만 한다.
며칠간 인터넷이 끊겨있다 토요일 아침부터 되는지라
아들의 토요일 보내기는 ‘컴퓨터 앞의 좀비되기’
이곳 극장은 입구를 들어서면 상영관이 양쪽으로 쭉 여러개가 늘어서 있다.
마치 호텔방이 복도 양쪽으로 늘어선것처럼 말이다.
물론 표 끊을때는 보고싶은 영화이름과 시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표 검사는 거의 없으니 아무데나 들어가도 된다.
처음에 본 영화는 맨디 무어라는 여가수가 나오는 ‘Walk to remember'
노래는 들을만한데 내용은 전형적인 멜로, 왜 여주인공은 꼭 백혈병이래?
영화가 끝나는 시간을 맞추어 가드 한명이 상영관 입구를 돌아다닌다.
표검사를 하는건 아니고 청소를 위해 잠시 입장을 제지하는 것인데
괜히 미안하면 이때는 잠깐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
극장에 들어오기전에 보고싶은 영화의 상영시간을 다 외워두었으니
두 번째는 ‘Kung Pow' 상영관으로.
재미는 있는데 억지와 트릭이 계속되니 진부하다.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영화를 보면서는 준비해온 초코렛과 음료로 배를 채워둔다.
세 번째 영화는 숀펜 주연의 ‘I am Sam'
이 영화는 정말 좋다.
약간 모자라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부성애를 연기해내는 숀펜의 열연이 놀랍다.
일반적으로 숀펜은 마돈나의 말썽장이 전남편으로만 유명했는데
이 영화로 인해 연기성을 인정받았다 한다.
딸아이로 분한 아역배우도 너무 깜찍하다.
영화가 Happy ending 인데도 눈물을 닦아내느라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한편의 영화를 더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지만
우린 극장문을 나섰다.
목도 아프고, 오랫동안 영어를 듣느라 신경을 집중해 피곤한 탓이었다.
일주일에 3-4개의 새영화가 개봉되고 있는 이곳은 매진이라는걸 볼수가 없다.
극장도 많이 있지만 인구가 워낙 적어서 그런가보다.
다음달에 다시 극장을 가기로 했다.
한달에 한번씩 우리도 ‘문화비’에 투자를 하고 살자고 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