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친정어머니와 지내는 날들

minimom58 2002. 7. 15. 12:47


낮잠을 안 주무시는 어머니는 일찍 잠자리에 드신다.
이가 시원치 않아 딱딱한 것을 잘 못드시는데
고기는 아직도 잘 드신다.
고기를 좋아하시는데도 동맥경화나 고혈압이 없으시다.

원래 바지런하신 분이라 내가 잠시 한눈만 팔아도
설거지를 하고 계신다.
관절염으로 손힘도 없으실텐데, 몇십년의 살림비법이 있으신 듯
어머님 손이 닿은 그릇마다 유난히 반짝인다.
아침에 딸아이 도시락 싸느라 부엌에 있다 돌아서면
채 정돈하지 못했던 내 침대 자리가 말끔이 정돈되어 있다.
휠체어는 처음 며칠 타시다가 내가 차트렁크에 넣고 올리기 어렵다고
얼른 걸어가시며, “나 운동혀야혀. 그거 아예 꺼내지마!” 하신다.
덕분에 휠체어는 차트렁크 속에서 잠자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드라이브 갔다가 어머님이 내리기전에
얼른 휠체어를 꺼내놓고 있으니
한사코 안탄다고 고개를 저으시다, 내손에 들은 짐보따리나 실으라나
휠체어엔 짐을 싣고, 어머니는 절룩이며 힘겹게 걸으시니
이곳 사람들이 이상스레 쳐다본다.

요사인 서울에 빨리 가고 싶으시단다.
당신의 어린(?)딸이 엄마수발 하느라 바쁜것 같다고 부담된다고 하신다.
아마도 조금이라도 걸으실수 있는동안은 항상 독립적이실 어머님의 의지를 내가 모르랴.

사랑해요, 엄마, 정말 오래사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