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친정어머니 모시기

minimom58 2002. 7. 15. 12:48


타는듯 빠알갛던 잎새를 다 떨구고
나무는 빈 가지들만을 머리에 이고
비에 마냥 젖어가며 서있습니다.
청솔모 한 마리가
한가로이 나무를 타고 돌고 노닐며
탐스런 꼬리로 나무를 쓸어줍니다.

비자락도 나무를 때리며 장난을 걸지만
늙은 나무는 긴 휴식에 들어간듯
조용히 서 있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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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오셨다.
바지런하게 한 평생을사셨던 여든 넷의 어머니는 이제,
관절염이 심해 오래 걷지 못하셔서 외출할땐 휠체어를 타신다.
휠체어를 밀며 내려다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은 너무도 조그맣다.

"에이구, 그 가는 팔로 이 무거운 의자를 어찌 미노."
혀를 차시던 어머니는 이내 막내딸에게 의지하며 다니신다.

굳세고 강건하시던 모습이 세월을 비끼지 못하고
마냥 약해지신 것을 보니 내 맘이 찟기듯 아프다.

요즘 나는 쇼핑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여기저기 몰에모시고 다닌다.
손주 양말에 손녀 속옷, 아들의 선물, 외손녀 줄 쵸코렛에 친구분들 과자까지....
증손녀가 넷이나 되는 어머니의 선물사기가 끝나지 않자 결국 나는 휠체어를 돌려 차로 향한다.
"엄마, 서울에 가실때 짐많아 어떻게 하실라고 그래요."
자못 신경질적으로 대한것 같아 또 금방 후회를 하고만다.

지금 어머니는 "전원일기" 비디오에 빠져 계신다.
내일은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휠체어를 밀고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할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