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할로윈데이에 집지키기

minimom58 2002. 7. 15. 12:50



할로윈이라고 딸아이는 분주하다.
모은 용돈으로 의상과 소품을 사고, 땐스파티에 갈 티켓도 미리 구입했다.
할로윈이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여름시즌이 끝나자, 이곳 마켙들은 할로윈 상품을 그득히 전시해놓고 있었다.
죽은 사람들이 일어나 돌아다닌다는 날이라니, 아마도 우리 보름날과 같이 액땜하는 날인가보다.
여하튼 할로윈이라고 어디서 초대하는 곳도 없는 나는 딸아이 소품을 손으로 꿰메주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오늘이 할로윈 데이다.
의상에 맞추어 내가 만들어준 구슬 목띠랑 망토를 멋있게 두르고,
요상한 구두까지 맞추어 신고,
머리는 나무 젓갈과 나무 수저로 틀어올리고(글세... 뭐 차이나 스타일이라나)
딸아이는 용감하게 학교를 향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유학생들은 ‘뭘 쑥스럽게 할로윈 의상을 입어.’ 하면서 다 그냥 온다고 했다나.
딸아이의 지론은,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 이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신이 나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아이들이 돌아가며 사진찍었다고 알리곤, 저녁에 있는 교회 할로윈 파티에 가야한다고 나갔다.

할로윈이라고 가계들도 오후 3시에 닫은데가 많고, 5시가 넘자 어두워져
나는 저녁산책도 포기하고 혼자 떡복기에 고추장을 잔뜩 풀어 먹었다.
매운 맛의 칼칼함이 정말 좋다.
이제 혼자서 있는것도 어느정도 적응이 된다.

9시가 되자 한 엄마가 전화를 했다.
“뭐해요?”
그 엄마도 혼자 있나보다. 놀러가도 되냐는 이야기이다.
길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난다. 아이들에겐 모처럼의 즐거운 밤인가보다.
“별일 없으면 집으로 와요. 우리 커피 한잔해요.”

이렇게 저렇게 엄마들도 시간보내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