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mom58 2002. 7. 15. 12:53


이제는 남편과 아들에게 자주 편지를 쓴다.
같이 있을땐 생일이나, 특별한 날이 되어야 카드에 몇자 적어 건네곤 했는데....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아들과 딸은 내적인 성장을 많이 했고, 갑자기 의젓한 어른이 된듯하다.

잃은것이 있으면 얻은것도 있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서울로 돌아간 남편은 밀린 일로 바빴고, 어느정도 일을 정리한후 메일을 보냈다.
같이 살때 생일, 결혼기념일 etc..에 카드 한장 보낸일 없는 남편의 편지는 아직도 나를 놀래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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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보고싶은 나의 아내에게

돌아올날 조금 남기고 생각이 달라 투닥거리기는 했어도
그간 그곳에서의 당신과의 시간, 즐거웠던 여행, 정말 아름답고 인상적인 그곳의 모든것.....
너무 편안하고 좋았어. 그냥 눌러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어.
당신 고생 많이했어. 고맙고...

돌아오기 전날까지 말을 안하고, 이러다 비행기 탈때까지 서로 말을 안하고 헤어지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조바심이....
돌아올 시간이 조금씩 다가오니, 정말 일초가 너무 아깝고, 당신에게 말을 걸기는 서먹하고...
마치 공항에서 오랫만에 당신을 만났을때의 다소 서먹함같이.... 나를 순간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었오.
그곳 집에 닿아서도 마치 손님이 된것같은 기분이 한동안 드는것은,
그간 당신이 기다리면서 준비한 것이 너무 느껴져서일거야.
그러길래 부부는 떨어져 살면 안된다는 생각을 더욱하게 되는구만.
당신과 나는 더욱더욱 그런것 같아서.

돌아와 보니 화급을 다투는 일 몇개가 있어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 둘 하고 있고 거반 정리가 된것 같아서 이제야 당신 메일 열게 되네.
당신 이곳 걱정일랑은 하지말어.
아까는 하도 숨이 막힐것 같았고, 전화카드도 새로
내고 해서
당신목소리 듣자 넉두리 처럼 한소리니....

고마운 우리 딸,
민희의 힘들어하는 지금의 모습은 그시기의 누구나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의 공통된 어려움이 아닐까.
이곳에 있었어도 잘하는 아이니까, 부모가 욕심을 부리게 될거고,
과외 붙이고, 서울대학을 고집하며 들들 볶았을테니....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싶은데 이렇게 떨어져 있으니....

여보, 민기도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게 보여서 정말 앞으로는 지난날의 일들을 입으로 되뇌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좋은일만 있을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오네.

여보, 힘냅시다. 건강하고...
내가 오늘 답답한 마음에 쓴글이여서 내용이 좀 그렇네.
다시, 그리고 자주 글 쓰리다. 사랑하오.


영금, 민희를 정말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