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하늘은 맑기만 한데 내맘엔 왠 먹구름?
minimom58
2002. 7. 15. 13:16
벤쿠버의 여름은 너무나 아름답다.
맑은하늘과 파아란 바다의 만남상에는
꼭 그림같은 예쁜 산과 도시의 전경이 절세의 하모니를 이룬다.
그러나 내 맘은 비맞고 있는 작은 동물처럼 약간은 두렵고, 어둡다.
캐나다에 딸과 손잡고 건너온게 이제 두달이 되어간다.
처음 시작에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인데도,
잘하리란 의욕만 가득 차있었고, 두려움이란건 한치도 없었다.
공항에서부터 우리의 걸음은 거침이 없었고, 16시간의 비행과
무지막지하게 무거운 짐들을 끌어대면서도 (짐속엔 솥과 그릇등을 포함하여 온갖 살림살이가 다들었음.)
새로운 생활은 즐거울줄만 알았다.
물론 어디서 살건간에 좋은일만 있는건 아니지만...
지나면서 어려웠던 일은 나중에 말할 기회가 다시 있을거고....
더 많은 시간이 흐를수록 극복할수 없는 것은 헤어져 있는 아들과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다.
같이 뭉쳐서 살때는 보기싫고, 귀찮을때도 많더니만,
떨어져 있으니 보고싶고, 정말로 대책없이 그립기만 하다.
딸아이는 얄밉도록 적응을 빨리하고 있다.
성격좋은 탓에 어디를 가건 친구를 사귀고, 못하는 영어도 겁내지 않는다.
나이 탓이라 위로해 보지만 사실은 스스로가 제일 답답하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모처럼 딸과 나들이를 하려 계획했었는데,
아침에 딸은 롤러브래이드를 어깨에 메고 친구들과 공원으로 놀러가 버렸다.
지금쯤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있을 딸을 생각하며 괜시리 심술이 난다.
임마, 아빠만 같이 있었다면 너도 찬밥이야...이런 생각에.
친구를 못 사귄 생각은 못하고 그래도 딸네미가 야속하기만 하다.
공원 산책이라도 해야겠다.
외로운 캐나다 할머니라도 만날수 있다면 좋으련만...돈 안들이고 영어를 배울수 있을텐데..
(할아버지는 약간 위험하고.. 이곳에선 할아버지들도 로맨스를 좋아하니까...)
처음 글쓴다고 괜히 주절대기만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