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벤쿠버로 가기전에

minimom58 2002. 10.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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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걸린 감기를 아직도 떨쳐내지 못하고 재채기를 해대는 남편을

병약하다고 한참 약을 올리며 놀려줬는데
어제부터 몸이 오실거리고 콧물에 재채기에...
단단히 감기가 들었다.

남편이 먹다가 남었던 감기약을 찾아먹었지만
목이 칼칼한게 오래갈듯하다.



벤쿠버로 갈 비행기편도 끊었는데 혼자 남겨질 남편이 걱정이다.

짐은 싸는둥 마는둥 얼버무려놓고 남편을 위해 뭘 준비해놓고 가야할지 허둥댄다.




가족 전체가 캐나다 영주권자인 선배를 만났다.
아이들때문에 2년전에 이민을 결정한 집인데,
남편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있어 선배가 일년에 두번씩 오간다.



서울에서 3개월, 벤쿠버에서 3개월씩 머무는데
아직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란다.

영주권자라 학비가 안들어 나을지 알았더니,
둘다 대학생이라 별로 혜택이 없고
서울과 벤쿠버로 나뉘어 두집살림을 하니 별반 차이가 없다나.

영주권자면 여러모로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이산가족으로 사는게 해결되질 않으니
소속감이 없는것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선배는 오히려 우리집 걱정이다.
아주 철수한거는 잘못한거라며,

아이들 대학 졸업할때까지 자기처럼 반반씩 양쪽으로 오가며 생활하라 한다.



솔직히 아이들 걱정은 되지만 나두 한두번 생각하고 철수를 결정한게 아닌데

다시 원상복귀할 생각은 없다.

그러면서도 선배말에 맘이 많이 흔들렸는지 돌아오니 머리속이 복잡하다.



요사이 남편도 그런말을 자주한다.

아이들이 고생스럽고 힘들텐데 벤쿠버에 가면 오랫동안 아이들 곁에 있다가 오라고.

아이들이 불쌍하지 않냐고...하면서 은근히 눈총을 주는것도 같고,

한편으론 내가 맘도 편하게 지내는게 의아스럽고 이상하다는 표정이기도 하다.

혹시나 그곳에서 아이들 챙기고 이것저것 신경쓰고, 때론 아이들과의 대립도 있고..
하는 생활이 귀찮고 싫어서 서울에 있으려하는게 아닌지..하나보다.



어느곳에 있던지 맘안편하고 떠난곳의 걱정이 계속되는게 내맘인데 말이다.



아들이 전화하면 음식이 안맞는다, 힘들다, 엄마 언제오느냐는 말뿐이고,
딸은 전화하면 바쁘다, 잘지내니 걱정말라, 엄마 자꾸 올 필요없다는 이야기 뿐이다.



나도 혼란스럽다.

결국은 아들녀석 부적응에 격려와 감시를 할겸 이것저것 뒷처리하러 가는 폭이다.



남편옷을 정리해놓고 다림질하고, 국이랑 찌개종류를 넉넉히 끊여
식혀 냉장고 맨 윗칸에 넣고 정리하니 벌써 떠나기 전날이다.

남편은 국물없인 밥을 못먹는다. 마누라 없는 동안은 라면과 외식으로 견디어낸다.



집안정리를 하며 아이들 쓸만한 물건도 많이 찾았다.
필통과 자등 문구류 쓰던것도 챙겼고 집안을 정리하다 나온 화장품, 시계등 쓸만한 것들도 넣었다.

캐나다는 이곳에 비해 물가가 비싸니 생필품은 챙기면 이득이다.

홈스테이하는 아들을 위해 햇반과 구운김도 샀다. 햇반은 여기가 반값이다.

이리저리 짐을 싸다보니 또 한가득이다.

쌓아놓은 짐을 보니 한심도 하고, 갖고갈 생각에 한숨이 새어나온다.



여기저기 집안에 정리해놓은 것들을 돌아보고,
남편옷이 정리되어 있는 옷장도 다시 열어본다.

마른반찬 해놓은것들도 다시 만져보고...



놓고갈 사람 걱정에 잠이 잘안올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