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2002년을 추억속으로 보냅니다.

minimom58 2002. 12. 19. 13:32











어린아이처럼 소복한 설경이 그리워서 그저 눈타령을 했을뿐인데,
폭설로 뒤덮힌 강원 산간을 뉴스에서 보니 철없어도 한참을 없었나보다.
여름의 수해에 또 폭설로 길이 막혔다니...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면목이 없어져 버려 입을 다물었다..

눈이 왔다고 하여도 서울에서 설경을 볼수가 없었다.
따뜻한 탓에 쌓여있질 않고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눈온날 늦은 오후에 남편과 같이 강화도로 향했다.
눈쌓인 산을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강화도에서도 눈이 소담스레 쌓인 풍경을 볼수가 없었다.
대신 스레트 지붕 끝으로 열린 고드름을 본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돌아오는 길에 강화 재래 시장을 구경하고, 저녁을 해결하려는데
남편은 제일 허술한 시장 한켠의 순대국집으로 달려간다.
남편의 취향은 늘 그렇다.
기왕이면 깨끗하고 큰 음식점으로 가자고 하여도,
그런 집의 음식이 맛난 법이라며 고집을 피운다.
강화도 특산이라는 인삼막걸리까지 두어잔 걸치며 저녁을 했으니
남편의 기분은 최고에 달하였다.
특히 남편이 더 좋아하는 일은 조수석에 앉아, 내가 운전하는걸 훈수하는것.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나에게 운전 가르킨거라나.
한달 연수를 받았던게 10년이 넘도록 '스승'으로 모셔야 하는 덫이었다.
하긴 자기 목숨을 생초보 운전자인 마누라에게 맡기고 조수석에 한달을 앉아,
소리 질러가며, 성질 버려가며 가르친 정성을 생각하면,
계속대는 잔소리를 참는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부부만 산다는건 이런가보다. 단촐하면서, 서로에게 많이 기대게 되는...
가끔은 너무 서로만 바라보고 사는 것 같아 한심하기도 하다가,
옆에 있는다는게 안심이 되면서 또 감사해지는 느낌의 반복,
20년을 같이 산 부부이며, 편하고 좋은 친구여서 그런가보다.

며칠전부터 베란다며, 욕실, 방구석까지 쓸고 닦는 대청소를 했다.
겨울맞이냐고?
적당히 게으르게 살다가 딸아이가 올날이 가까와지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딸아이 얼굴본지 일년이 다 되가는 남편은 날짜를 세고있다.
5일 남았네....4일 남았네...이러고 말이다.
같이 다니며 맛있는거 다 사준다며 벼르고 있는데....
사실 딸애는 친구들과 약속이 벌써 많이 잡혀있는것 같다.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 아마도 이번 겨울은 그리 춥지 않을거 같다.
다른해 같으면 캐롤이 거리에 가득할땐데, 경기 탓인지 조용하다.
추리가 번쩍거리는 가계도 별로 없다. 불빛 장식도 많지않고...

인터넷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이 잘된 벤쿠버의 주택들 사진을 보았다.
집을 뺑둘러 반짝등을 달고 마당에도 가득 장식들을 세워놓았다.
그곳도 경기가 안좋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에 대한 열정은
돈과 시간을 안아끼며 쏟아내니, 우리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크리스마스엔 눈이 왔으면 좋겠다.
또 눈타령이라 하겠지만 역시 하얀 눈이 소복한 크리스마스가
사람들에게 새해의 소망을 주는 성탄의 밤으론 멋지지 않은가...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맞으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도 좋은 글로 뵙겠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