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지 3개월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한국음식에 대한 집착을 못버렸다. 먹어도 먹어도 또 못먹어본 음식 종류가 있으니 우리의 음식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시아버님 기일을 맞아 성묘를 하고 오는 길에 하남시쪽으로 들어섰다. 남편과 나 둘다 점심때를 훨씬 지나 시장하던 참으로 별다른 정보없이 한 음식점 앞에 차를 세웠다. 들어서니 점심때가 지났는데도 사람이 꽤 많었다. 두사람분 정식을 시켰다. 몇분 안지나 식사가 나왔는데, 반찬 종류만 40여가지다. 상에 가득 차고도 모자라 겹쳐 얹어진 반찬들은 고기, 나물, 생선..뭐하나 빠진게 없어 눈을 놀라게 했다. 배불리 먹고, 커피도 얻어 먹었는데 만원짜리 달랑 하나로 계산이 끝나니 어쩐지 미안할 정도다.
캐나다에서 이렇게 먹으면? 물론 비싸다. 세금이랑 팁이 따로 계산되니 3배는 더 들거다. 이곳의 음식이 싸고 맛있고 다양하다고 먹을수록 남는거라고 생각하다보니 그 영향은 날로 나오는 배에 풍성해진 인격이 훈장으로 남는다. 3개월 동안 2-3Kg 늘은 것이 어찌하여 팔, 다리, 얼굴로는 하나도 안가고 중앙에만 집중했는지... 그래도 난 식탐을 쉬 버리지 못한다. 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7개월동안 캐나디언 집에 홈스테이 하면서 아침은 시리얼, 점심은 샌드위치 한쪽, 저녁에는 샐러드와 닭고기를 조금 얻어먹던 식생활이었다가 이곳에서 세끼 밥을 먹으니 거의 감격이라고 해야하나 밥먹는 일이 즐겁단다.
이곳에 있는 세식구야 잘먹고 잘살고 있는데 딸아이의 경우만 생각하면 안타깝다. 처음엔 열심히 밥도 해먹는다고 하더니 요사인 세끼 빵으로 때우고 있다한다.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쪼달리니 챙겨먹기가 더욱 귀찮을거구...
식구가 단촐하다고 외식하는 일이 많아졌다. 게으르고 태만해져서 만은 아니다. 음식값이 싸고 맛있는 집이 많아 식료품 구입하는거와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요사이 이런 나의 태도를 두고 남편은 사랑이 식었어...라고 평가한다. 살림에 도통 신경을 안쓰는 모습에 심히 탐탁치 않아 하는 말이다.
시아버님 성묘길은 항상 얻는게 많다. 좋은 음식과 두시간의 드라이브. 차안에서 가족끼리 이야기하기엔 적당히 지루하지 않고 참 좋은 시간이다. 가신지 8년이 되었는데 그 앞에서 기도하는 남편의 목소리는 항상 잠겨 젖어버린다..
바랜 조화를 걷어내고 봄 분위기에 맞는 노랑 소국다발을 가득 꽂아 놓았으니 내 마음도 즐겁고 가볍다.
파릇파릇 봉분위로도 다시 잔디가 오르는게 보인다. 아마도 그 분의 생전 품성대로 온화하고 평화로운 기운으로 꽃을 피우시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