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 부는 바람
여름 옷을 다 집어넣고 옷장을 정리한다고 뒤집어 놓고는 마무리를 못하고 널부러져 놓은채 한주를 보냈다. 가는 계절에 사랑하는 사람의 추억도 함께 실어 보낸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다. 보내려고 할수록 옛날 옛적이야기까지 새록대며 올라오는 현상을 뭐라 표현해야 하나... 청승맞다? 할 일 없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다짐했었다. 마냥 사랑만 퍼주는 엄마는 되지 말자. 스스로를 좀 챙기는 합리적인 부모가 되자. 아이들은 키워서 내보내면 그만일 뿐 기대하지 말자. 그리고 잘났다고 생각되는 여러가지 말들, 말들.......
그런데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영락없는 친정엄마의 모습, ....자식에게 무한정 퍼붓던 사랑과 관심, 늘 자식 걱정에 애태우던 그대로의 모습이 거울 속에 있다.
우리 자매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두 닮아진다. 모두 어머님의 모습을 향해 모여드는 것만 같다. 한없이 작아지는 키, 그러면서도 강건한 마음, 그리고 겸손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흉내내어 닮는다.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만 유산으로 주셨으니 애써 잊으려는게 어리석은 것 아닌가? 그래... 그저 마음에 담구어두자. 보고싶을 때 꺼내보고, 울고 싶을 때 소리쳐 울고, 또 기쁨을 얻고저 할 때도 조금씩 느낄수 있도록....
예쁜 색깔의 잎들이 오고 갈때마다 문앞에서 뒹굴며 늘어난다. 가을은 정말 짧은 계절이다. 벽난로의 불을 켜야겠다. 가을엔 등이 시리다고 하시더니 발벗고 겨울을 나던 내가 그조차 꼭 닮아가려한다. ..........등으로 찬 바람이 드신다던 그 말을 이제야 이해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