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이사 풍경 minimom58 2003. 9. 9. 01:31 까미홈느릿하게 움직이는 거리 풍경이 내가 벤쿠버에 있음을 알려준다.내가 없는 동안 특히 아들아이가 까실해졌다. 먹는게 부실했던 탓이다.아이들 맛있는거 먹일새도 없이 오자마자 이사 준비로 분주하다.Moving Truck이 오긴 하지만 이곳의 이사 풍경은 서울과는 사뭇 다르다.포장이사라는게 없으니 모든 짐을 박스에 정리해 두어야 한다.빈 박스 얻는것도 어려운 일이다. 큰 마트에 여러번 들러야 몇개씩 가져올 수있다.이곳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사용 박스는 따로 구입한단다.문구를 파는 스태플스에 가보니 박스 2개에 10불이 넘어 혀를 두루고 나와버렸다.내가 사는 아파트에 같은 날 이사하는 집이 네집이나 되는데 이사 트럭이 오는 곳은 우리집 뿐이 없다.다들 친구들 도움 얻어 차로 계속 실어 나른다고 한다.하긴 요사이 베란다에 서있자면 짐을 부지런히 나르는 차들이 종종 보였다.이삿짐 나르러온 중국인 '챤'이 덩치좋은 젊은이를 데리고 왔다.챤은 2년전 가구 배달시키며 알게된 사람인데 이민온지 7년정도 되었다 한다.성실하고 부지런하여 신임이 가는 사람이다.챤과 젊은 중국인이 짐을 열심히 날라준 덕분에 수월하게 이사를 할수 있었다.캐나디언에게 했으면 시간과 비용이 꽤나 걸렸을텐데 어찌나 빨리 잘하는지몇시간 안걸려 짐내리는게 다 끝났다.문제는 그후, 짐 풀고 정리하는거다. 사흘을 정리하며 청소하며 가구 조립하며 정신없이 보냈다.없는 남편이 아쉬웠지만 대신 아들아이가 사내 구실을 톡톡히 했다.가구조립이며 큰 물건 옮기는 것들에 세 여자들이 계속 아들만 불러댔다.아직 거실에 소파도 없이 휑하고 안방에도 침대 하나 덜렁 있지만그런대로 장리가 끝나니 내집이란 생각에 아늑하고 푸근하다.이사온 후 처음으로 산책을 나갔다.지척으로 보이던 호수가 30분이나 걸어내려가야 나왔다.조카아이가 '너무 좋다'를 연발하며 '하늘 봐요, 이모' '구름이 어쩜 저렇게 이뻐'재잘댄다.조카가 온게 5월 말이니까 지금까지 벤쿠버의 좋은 날씨만 누린 셈이다.하긴 여행하고 잠깐 머물고 가기엔 벤쿠버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생활의 터전으로 잡기엔 조금은 우울하고 경제적으로 침체된 것이 문제다.요사이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겐 "안하는게 남는거"라고 한다나.계속되는 가뭄에다 9월이 넘었는데도 낮에는 불볕 더위다.겉으로 보기엔 평안하고 여유로와 보일 뿐이니 조카는 다시 오고 싶어할수밖에남편도 혼자 이사하고 정리하느라 꽤 지친 모양이다.관공서 일이 많다는데 다행히 이곳은 법무사를 통해 한번에 세금이며 등기가 끝났다.속썩이던 케이블도 고쳐져 남편과 화상채팅을 시작할수 있었다.주말을 서로 얼굴보며 이야기 하며 지낼수 있어 다행이다. 좋은 세상에 사는게 얼마나 감사한지...옆집에 사는 아줌마를 뒷마당에서 만났다. 가브리엘이라는 우아한 이름처럼품위있고 깐깐한 전형적인 캐나디언 할머니다.우리집이 너무 시끄러워 방해를 받는다고 한마디 하러 온것이다.하긴 이사후 2-3일은 밤 늦게까지 박스 뜯고 정리하고 쿵쾅거렸으니...선생님이었다 정년 퇴직한 분이라는데 그 말을 한후 미안했는지 언제 같이 차마시자며맘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며 돌아선다. 이곳은 노인 분들이 많은 동네다.동네가 너무 조용해 우리 아이들은 너무 심심한 곳이라 한다.하긴 벤쿠버 전체가 노인이 많고 너무 조용하다. 분주한 나라에서 온 우리들은그것도 문화적인 충격이다.내일쯤 이곳엔 비가 온다고 한다. 오랜 가뭄이 해갈될 정도는 아니겠지만.이젠 빗소리도 반갑게 들을것 같다. 벤쿠버에서 지내려면 비에도 익숙해져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