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의 일상

비의 계절

minimom58 2006. 11. 7. 20:51

겨울의 시작에 서있다.
처마를 두드리다 떨어지는
비의 소리를 듣다 잠이 든다.


회색 톤으로 가라앉은  거리를
지나노라면 내가 오래 전에 봤던
흑백 영화 안으로 들어와 있는 듯하다.
대사를 잊고 느리게 느리게 움직이는
단역 배우가 되어 있다.

 

여름이 눈부시게 찬란하였으니
이 계절은 내면의 깊이를 더하리라.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리라.
불면의 밤이면 한 잔의 차로 손을 덮히고
돌처럼 굳은 마음을 녹이어

감사함을 찬양으로 노래하리라.

 

겨울 잠을 준비하는 동물들처럼
영의 양식을 빈 곳간에 쌓고 또 쌓아
나약하여 흔들릴 때마다 꺼내 놓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