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삼선교 이야기

2002. 7. 15. 13:00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그때는 다 가난했으리라.

바튼 언덕을 숨가쁘게 다 올라서도
우리집은 까마뜩히 멀리로 보일뿐이었지.
판자집이 종기종기 산을 덮은
조그만 방 두칸에 우리 아홉 식구가 살았지.
그것도 넓다고 강아지 한 마리와 닭 열마리를
함께 품고 살았다네.

그 산동네에서 태어나 열 다섯해를 지내는 동안
두세집은 헐리고 옮겨갔어도
반 평생 사는동안 늘 그리운 고향, 삼선교의 산동네.

어려운 생활에서 우리부모가 나에게 주신 값진 유산은
근면함과 정직함, 그리고 검소함...

잠이 들면 네살 어린아이가 되어 언덕바지를 오르내린다.
친구들과 맴돌며 술래잡기를 하다 깨어나면
정말로 그리운 판자촌 동네...

서울에 살동안은 자주 가보았는데
우리가 살던 집은 어릴적 모습 그대로 서있었다.
작년인가 마지막으로 갔을때
얼마후에 헐고 연립을 세운다고 했다.

오래된 버드나무가 있던 자리에도 집이 서있고
이제는 판자집은 눈을 비비며 봐도 없다.

이곳 캐나다의 집들은 대부분 목조로 되어 있다.
가끔씩 울타리를 따라 판자를 이어놓는 집이 있는데
그런 집을 볼때마다 어릴적 생각을 하면 정겨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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