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 눈 내리던 날

2007. 1. 12. 14:28벤쿠버의 일상

올 겨울 벤쿠버에는 눈이 많다.
눈이 올적마다 하늘에 구멍이 뚤린양 쏟아져 내린다.
하늘 가득 커다란 눈송이가 내리는 날, 모자에 장갑까지
완전 무장후 호수가로 걸어 나갔다.
도시를 둘러 쌓은 산도, 공원의 키 큰 나무들도 두터운 눈옷
을 뒤집어 쓴채 온통 하얗다. 그러고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눈.
.세계적인 이상 기온에 벤쿠버라고 제외되지 않나보다.
눈을 밟으며 돌아오는데, 벌써 부지런한 캐나다 할아버지들이 
모두 큰 삽을 들고 눈을 치우고 있다. 밤 사이 눈이 와도 아침 에
나서면 어느새 차가 오르기 힘든 언덕 길은  치워져 있다.
나는 이웃 집들의 안 주인 얼굴은 거의 모르고 지낸다.
언제든지 집 밖의 일은 할아버지들의 몫이고, 안주인들은
차타고 지나다니다 마주치면 인사만 하는 정도다.
집안에서의 일은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네  
방식과는 다른 것이 짐작간다.

.올해 겨울처럼 설경을 매일 대하며 지내니, 내가 벤쿠버가 아닌
강원도 어느 한적한 마을에 여행온 것 같다. 어릴적 봤던 고드름이
 뒷마당 높은 나무가지에서 새삼스러운 듯 빛나 보인다.
나는 아직도 눈이 내리면 가슴이 설렌다.  

몸은 나이가 들지만 마음 한 구석엔 어릴적 마음을 그대로
고집하는 고칠수 없는 억지가 있는 탓이다

그리움 눈꽃처럼 피어나더라 / 장지현 어둠이 쉬 가시지 않는 눈 내리는 밤의 열기는 차가운 바람을 맞아도 하얗게 변하는 깔끔한 단장이기에 새하얀 그리움의 날개를 편다. 풀밭 길을 따라 옛추억 서린 호숫가로 나가보면 하늘 향한 기도 아침이 오는 길목에 그녀의 발자취를 생각하는 눈 내리는 밤의 향기다. 나 홀로 미소 지으며 아련한 추억 젖은 콧노래 고요를 깨우며 서성이는 발길 하얀 눈을 밟으면 그녀의 고운 살결을 스치는듯 지나다. 그립던 추억의 밤 하야 그리움으로 깨어나는 나는 한 마리 새가 되어 아름답던 그 먼 길 날아 어둠을 스치고 깨어나는 쇠락한 마음결 그녀의 가슴속을 거닐어간다.

 눈 온 다음 날의 호수 풍경

 30Cm정도가 쌓인 뒷 마당 정경--- 완전히 눈에 뒤덮혀

차도 운행하지 못하고하루를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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