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30. 12:35ㆍ벤쿠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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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베푸는 마음들 |
밴쿠버의 여름은 파아란 하늘이 눈부시다.
하늘 빛도 바람결도 특유의 향기가 있으니, 에머랄드 같은 맑고 그윽한 느낌이랄까?
많이 그리웠던 탓에 하늘만 바라봐도 가슴이 설렌다.
지난 주 교회에서 야외예배가 있었다. 야외예배가 있는 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전을 부치거나 맛있는 음식을 한 가지씩 해가느라 분주 했는데…
오랜만에 왔다고 수박 한 덩이 들고 덜렁 덜렁…
주차장에 내리니 큰 언니 같은 권사님들이 짐을 한 가득 씩 들고 내리신다.
민망한 마음에 얼른 수박부터 날라다 놓고 돕는 척 기웃거리는데,
벌써 부지런한 일꾼들이 살림살이 다 날라 놓고 할 일이 없네…
나 이제 ‘은따’(은근한 따돌림 대상)된 모양이다.
몇 개월 비운 동안 새 교인들이 많아졌다.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북적대며
같이 예배를 드리니 마음이 새롭다.
꼭 10년 전, 같은 공원에서 야외예배를 처음 드릴 때의 두근거림, 그 기분이다.
어릴 적, 어머님이 교회에 나가기 전인 그 때, 우리 집엔 제사가 많았다.
거의 한달 간격으로 계속되는 제사 때마다 어머님은 할 일은 끝이 없었다.
놋그릇을 닦는 일이며, 방앗간에 떡 쌀을 찧어다 놓는 일, 새벽부터 떡을 앉히고,
앉음뱅이 자세로 부뚜막에서 전을 부치는 일… 어느 것 하나도 내가 도울 일이 없어
늘 옆에서 서성이면서 어머님의 고달픔에 어린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제사가 끝나도 늦은 밤까지 어머님의 손은 물이 마르지 못했는데,
고단한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번져있었으니, 생각해보면 어머님께도 나누고
베푸는 그 날이 행복하셨던 같다.
주님을 영접한 후부터 제사는 없었지만 어머님은 여전히 남을 배려하고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다.
나는 야외예배에 갈 때마다 어릴 적 어머님의 모습을 본다.
큰 권사님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은 그 모습, 주님이 기뻐하시는 예배를 준비하고,
또 베풀고 대접하고 나누는 모습 속에 고단함도 잊는 사랑…
그래서 나는 그 분들에게 늘 빚진 기분이다.
영을 살찌우는 주님의 말씀과 또 사랑으로 돌돌 쌓인 음식과
재미있는 순서들을 준비하여 기쁨으로 합하여 준 젊은 열정들이 모두 넘쳤던 그 날,
모두가 너무 멋져 보였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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