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재미있는 동네.

2002. 8. 12. 22:27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설악의 풍경--- 계절마다 얼굴이 바뀌는 아름다운 우리산이다














동대문시장에서 황학동으로 이어진 거리를 걸었다.

참 재미있는 거리 풍경이었다.

인도를 따라 양쪽으로 빽빽히 자리잡은 노점상은 볼게 많다.

값은 전반적으로 캐나다의 반정도로 보면 맞을거 같다.

옷과 신발등의 디자인이 예쁘고 다양하기도 하고, 종류가 너무도 많아 눈이 즐겁다.



황학동 거리는 더 재미있었다.

주로 중고품들이 주를 이루는데, 낡은 가죽잠바, 코끝이 떨어진 신발....

중고 TV가계에는 캐나다에서 보기힘든 Flat형, 그것도 큰화면이 많은데 가격은 5만원 미만이다.

캐나다에선 인기있을텐데 서울에선 흔해서 그런지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다.



작은 돗자리마다 먼지 쌓인 물건들이 널려있는데 간혹 눈에 확 띄는것들도 있다.

어느 시골집에 물려왔을 긴 담뱃대, 손잡이에 범상치않은 무늬가 있는 커다란 놋 주전자,

군데군데 떨어져나간 반신 부처상은 언뜻 보기엔 몇백년전 유물같다.(그런데 백프로 가짜란다)

세시간 이상 걸은것같은데 이것저것 들여다보는 재미로 다리 아픈지도 몰랐다.

가끔씩 뜻밖의 물건도 보인다. (만원에 3개 준다는 이상한 비디오..)

비디오 팔던 할아버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사가!! 후회안혀!' 한다.



서울은 정말 즐겁고 신나는 곳이다.

쇼핑내용은... 남편을 위한 간편한 면 운동복 한벌, 눈만 호강했다.



캐나다에 있는 동안 유행감각이란게 사라졌다.

외출준비를 한다는게 반바지에 티셔츠 하나 입고, 슬리퍼를 끌고 나서면 다되니까.

외향적인것에 신경을 안쓰는 나라니 머리 만지는 일도 별로 없고, 화장할 일도 없고...



남편은 캐나다에서 일년 살더니 촌티가 졸졸 흐른다고 놀리면서

친구들 만날때를 위해 좋은 옷 한벌 백화점에서 사라고 등떠민다.

일년반 전만해도 백화점 쇼핑이 잦은 나를 못마땅해 하던 남편이

너무도 바뀐 내모습이 오히려 걱정된다나.



사실 남편이야말로 옷이나 신발에 관심이 없다.

십여년이 넘은 옷들을 계절에 맞게, 몸에 편하게 입기만 하면 되지 않냐고한다.

바지 끝이 반질반질 닳은 남편옷을 정리하자니, 아이들에게만 한없이 퍼붓고

자신에게는 인색하기만한 가시고기 물고기, 어쩔수 없는 우리세대의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서울에 온지 3주가 지났다. 정말 시간이 빨리도 간다.

다른때 같으면 짧은 일정에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시간을 보내고 갈 준비로 바빳을텐데,

아직 연락을 못한 친구도 있는데 맘은 느긋하다. 시간이 너무 많으니까...




오늘 내가 몸이 불편해 운동을 못한다고하자 친구와 같이 운동하겠다며 남편만 나갔다.

유난하게 친구가 많은 남편인데, 요즘은 마누라에게 묶여있어 술자리가 뜸하더니,

기회를 안놓치는 남편, 12시를 넘기고 아직도 안들어온다. 운동은 했는지...원.

밤에 술한잔이야 어떠랴만 따라서 먹는 안주가 분명히 껄쭉할테니,

죽도록했던 3주 운동이 헛되도다. 어~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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