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 할머님들

2006. 1. 21. 14:32벤쿠버의 일상

    우리 교회엔 청지기 할머님들이 계신다.

    자식들을 따라 캐나다에 오신지 20여년이 넘은 분들이 태반이며

    이제 80이 넘으신 분들이 많다.

    새해 둘째날 목사님 댁에서 할머님들을 떡국 대접하는 행사가 있었다.

    여선교회 임원들이 음식을 한 가지씩 싸들고 갔었는데 봉사갔는데

    할머님들의 귀여운(?) 모습에 봉사자들에게도 내내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혼자서 노인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 많고 다리들이 불편하여 잘 다니지

    못하는 할머님들은 교회일과 노인회 모임, 조금 건강하신 분들은

    노인합창단 일들로 소일을 하고 계신다.

    그러니 모임이 있을때마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식사가 끝나고 윷놀이가 시작되었을 때는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되어

    모처럼 활기가 넘치게 되었다.

    두편으로 나뉘어 하는데 젊은 사람들처럼 말을 슬쩍 더 가기도 하고,

    없던 말을 몰래 얹어 놓기도 하니 내내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선물은 진 편과 이긴 편이 똑같이 돌아갈수 있도록 목사님이 배려해

    나누셨다. (선물을 덜 받으시는 분이 있으면 화내시기도 한단다.) 

    행사가 다 끝나고 봉사자들 몇명이 배웅하려 문 앞에 서있는데 

    할머니들 모두 너무 고맙다고 일일이 손을 잡으며 인사를 건넨다.

    문 하나로 스무분이 나서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자신의 신을 찾고

    신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 공교롭게도 모두 고만 고만한 검은

    단화를 신으셨다.  

     

    길지 않은 시간 후에 우리에게도 같은 변화가 올것인데

    느려지고 더려지는 것이 때론 코믹하고, 때론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섞여든다. 그러나 우리 청기기 할머님들처럼 예쁜 모습으로 변한다면

    무슨 걱정이랴?

    나이가 든다는 것은 현명해지면서 또 어리석어지는 과정이다.

    그리고 주님께 가는 준비 과정이다. 두려움은 없지만 조금은 서글픈

    감정이 드는 것은 내 나이 탓인기 보다.

 

윷놀이 시작할 때는 모두 무덤덤... 하시더니...

 

놀이 시작과 함께 모두 흥겨운 표정이 되셨다.

두 분의 말지기 앞에서 말을 감시(?)하시는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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