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겨울 햇살이 사흘이나 비를 대신하여 반짝여주니 벤쿠버에서 숨쉬는 것이 행복하다. 겨울 산이 은빛으로 빛나며 모처럼 꼭대기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는 흰 뿔을 하나씩 뒤집어 쓰고 말그러미 얼굴을 내민 것이 예쁘다. 한국의 폭설과 혹한 소식을 들으며 따뜻한 이 곳 날씨를 감사했는데, 마음은 혼자 달리 강원도의 아름다운 설원을 그리고 있다. 고국의 모습은 언제든지 참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피어난다. 호수를 바라다보며 동네를 한바퀴 도는데, 제법 공기가 차다. 영하도 아닌데 바람이 몸 안으로 스며든다. 옛날 어른들이 추위가 뼈에 시리다고 했는데 내 몸이 벌써 그 나이가 되었나 보다. 크면서 내복이란 것을 안 입어본 나는 누군가 내복을 입었다고 하면 아직도 키득거리며 웃음이 나온다. ...영하로 내려가는 적도 거의 없는 이 곳에서 웬 내복?.... 그러나 장담하지 말자.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 한 해, 두 해가 가면서 눈이 나빠지고 잘 잊어버리고... 그런 것들도 자연스러운 축복 아니랴. 아이들이 커가면서 대신 강해지고 현명해지니 조화로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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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고구마 두 깨로 저녁을 대신하고(나이가 들면 식탐도
줄어든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았다. 남태평양에 나오는
곡이다.
.....흐흥...서울에 간지 보름된 우리 낭군이
보고싶네...
우리에게도 저런 날이 있었겠지? 그래도 이런 음악을 들으면 아직
가슴이 설레기도
하니... 쬐금 부적절하게 노화가 되고
있나벼....
뮤지컬 영화
남 태평양(South Pacific),1958 Some Enchanted Evening(어느 황홀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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