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2. 14:44ㆍ벤쿠버의 일상
새벽부터 햇살이 방을 점령하면 단잠을 깨지 않기 위해 이불로 얼굴을 가려본다. 그러나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은 요사이 유난히 우리 지붕위로 바삐 다니는 새들의 아침 노래이다. 그들에게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새 생명을 돌보느라 저리 바쁜 것이다.
작년 이맘때 쯤 호수에 갔던 것이 기억난다.
새끼들을 조랑조랑 단 오리들이 호수를 채우고 있었다. 새끼들이 얼마나 작은지 달랑거리며 어미 뒤를 따라다니는 것이 너무 신통하기만 하여 넋을 놓고 바라보는데, 갑자기 까마귀들이
날아들어 뒤에 쳐진 새끼를 낚아채 갔다.
당황한 어미가 날카로운 소리로 울며 나머지 새끼들을 자신의
날개 속으로 숨겨 버렸다. 산책을 갔던 우리 일행은 그 후 얼마간
까마귀들을 쫓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몇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는 없었으리라.
아침에 새 소리가 시끄러우면 혹 까마귀들이
새끼들을 위협하는지 걱정하면서도 나름의
얻어진 지혜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다행히 아직도 새들은 바쁘게 새벽부터
저녁까지 지붕을 오르내린다.
이제 이른 아침 침대 위에서 듣는
그들의 노래가 나를 깨운다.
생명의 향기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야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 보낼 줄 알아야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야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 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 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 도종환의 《 다시 피는 꽃 》 중에서 -


16 Irlandies - Mark O''c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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