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실종사건

2021. 2. 21. 21:05길냥이 이야기

사랑이는 길냥이 4년차이다. 활발하면서도 친화력 좋은 성격으로 나름 지역에선 유명 인사이다.

우리는 만난지 1년 3개월 정도지만, 전부터 돌봐주셨던 분들께 들은 봐로는, 새끼때부터(2017년경) 공원 산책 길에서 혼자 돌아 다녔고, 그때부터 캣맘들이 챙기는 아이였다고 한다.

두번 정도 출산을 하여 새끼들을 데리고 다녔다는데, 2019년 봄에 낳은 새끼가 까망이랑 희망이다.

그해 봄 출산 후 사랑이는 중성화가 되었고, 3년이 넘도록 돌보아주시는 분과, 우리들의 합세로 항상 건강한 모습으로 자기 영역을 다니며 산책나온 사람들에겐 즐거움을 선사하는 명물이 되었다.

 

2월 초 일요일, 아직 추위가 가시지않은 이른 아침, 집에 핫팩을 넣으려는데 사랑이가 안보인다.

따뜻한 집을 유난히 좋아해, 추운 날은 핫팩을 갈며 뒤적거려도 발과 입으로 건드리는 장난만 하고 밖으로 나오지 않던 아이다. 당일 기온이 영하 6도. 이상했지만 곧 나타나겠지 생각했다.

사흘이 지나니까 무슨 일이 생겼지 싶어 주변 캣맘들께 사랑이가 안보인다고 알리고, 당근마켓에 사진과 함께 제보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다니던 곳을 따라 여러번 찾으러 다녔는데 볼수가 없었고, 일주일이 넘어서니 변고가 생겼으리란 상상에 맘이 조여왔다.

혹시 돌아오리란 기대에, 집에 매일 핫팩을 넣고 갈면서, 산책 길을 따라 이름을 부르며 찾았는데 허사였다.

평소에는 부르면 앵~ 소리를 내며 달려와 부비부비에 배보이는 애교세트를 보이던 녀석인데...

실종 열흘째, 거의 포기하기 직전이었는데 캣맘 한분이 전화를 했다.

"사랑이 찾았어요!" 숨이 멎는 듯 했다. 설마 잘못되어 발견되었나?

"빈 건물에 갇혀 울고 있는데요, 겨우 꺼냈어요. 너무 말랐어요"

사랑이가 구조되었다는 건물로 정신없이 가니, 사료와 물, 통조림까지 챙겨 먹인 캣맘이 옆을 지키고 있다.

단단히 잠긴 현관 유리문을 어찌 밀고 꺼냈는지도 놀랍다.

나를 보자 아기처럼 계속 울어댄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목소리가 다 쉬었다. 한스럽게 푸는거 같아 맘이 아픈데, 그새 마른 모습이 더 안쓰럽다.

그 빈 건물은 길고양이들이 지하 주차장으로 많이 드나드는 곳인데, 지금은 비어 어떻게 안으로 들어가 갇혔는지는 알수가 없다. 사람들도 잘 지나다니지 않으니, 길냥이 먹이주러 나온 캣맘 아니었음 그 날도 못발견 되엇을지도 모른다.

집자리에선 꽤 떨어진 곳이지만 날씨가 좋으면 그곳까지 돌아다니곤 하는 것을 자주 봤던차라, 실종 후 몇번이나 돌면서 찾던 곳인데 건물이 너무 커서 안쪽에 있었을까? 그때는 왜 대답을 못했을까?

안정시키며 천천히 녀석 집자리 쪽으로 걸어가는데, 애처러울 정도로 계속 울면서도 열심히 따라온다.

집자리로 가는 중에 까망이가 어디선가 나타나 사랑이에게 부비부비를 해댄다. 까망이가 몸을 비비고 핥아주니 빨리 안정이 되는 듯하다.

전화를 받고 달려온 남편은 탈수가 걱정이 되어 병원에 데려가자한다.

이제 자기 편한 곳으로 와서 안정되어가려 하는데, 또 병원에 가면 낯선 환경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을까 더 걱정이었다.

좀더 지켜보자하고 한시간 가량 보기만했다. 처음엔 지친듯 햇빛에 멍~ 앉아있기만 하던 녀석이, 살살 구르밍을 시작하고 배변도 했다.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집자리까지 먼저 걸어 가니 울지않고 잘 따라온다.

집안으로 들어간 것을 본 후에 발길을 돌렸다.

지금은 사랑이답게 빨리 적응하고 회복 중이다.

사랑아, 그래도 건물 문앞까지 나와 울어줘서 밥주러 나온 다른 캣맘에게 발견할 수 있었네. 다행이야 그리고 고맙다. 포기하지 않고 목이 쉬도록 울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