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겨울풍경

2002. 12. 7. 23:16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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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서 맘이 조급해진다.

이번 해도 한일이 없이 가버리는 것만 같아 맘이 조여온다.

생각해보면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내가 원해서 뭔가 얻어진 것은 없다.

그저 시간에 몸을 맡겨놓고 흘러가는대로 떠내려왔을 뿐이다.

몸이 편안하고 나태해질수록 뭔가 해야한다는 강박감이 찾아온다.



앨범정리도 단순작업 반복이 몇일이 되자 슬슬 짜증이 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있는다고 남편의 불평이 늘어가면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달았다.

남은 한달이라도 뭔가 배우면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인터넷에서 복지관싸이트를 뒤져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컴퓨터과정을 등록했다.
혼자서 배운 컴퓨터 실력이 아무래도 체계적인 안정성이 없어 자주 벽에 부딪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주부터 배우는 파워포인트강의는 제법 재미있다.

구체적인 기능들을 모르고 인터넷 강의 싸이트에서 대략적인 것만 배운 나에겐 컴퓨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수정하고 다듬는 계기가 될것 같다.



또 이런곳에서 사람들 사귀는 맛도 괜찮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수 있어 남들이 사는 이야기를 엿들을수 있다.



오전 두시간의 공부가 끝나면 복지관을 나와 집으로 천천히 걷는다.

걷는 길이 재래시장과 가까워 좁은 가계들이 길게 서있는데

유독 내가 유혹에 약해지는 곳은 조그만 분식집.
멸치국물 우리는 냄새에 들어서 어묵 한꼬치를 집고야 만다.



집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아냈는데, 허름한 집들 사이로
구불구불 좁은 길이 계속 되는 길이다.

옛날에 살던 산동네를 생각나게 하는 차도 들어올수 없는 곳이다.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좁은 길을 따라가노라면 블럭담들이 얕은 집들이 계속되고 퀴퀴한 냄새도 나는데
이런 길을 15분정도 걸어가면 고층아파트가 운집해있는 곳이 나온다.

서울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때로는 머리 아플만큼 번잡함이 벤쿠버의 평온함을 그립게 하다가,

재미있고 벅적한 삶의 모양들이 뒤섞여 나를 들썩이게 한다.



한번의 겨울을 보내고 왔을 뿐인데, 벤쿠버의 겨울 모습은 너무도 외롭다고 할까.

도시 전체가 비속으로 가라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회색빛 침묵으로 겨울이 온통 창살을 내린듯 조용하다.
겨울 한가운데서 상념하며 정신을 맑게 할수도 있었을테지만
몸안으로 스미는 그리움때문에 늘 한기가 시리도록 느껴졌다.


서울의 겨울이 따뜻한것은 내 눈에 익은 풍경들 때문이다.

새벽부터 잠을 깨우는 세탁소 아저씨의 "세탁~~~이요."하는 외침부터
야채꾸러미를 풀어놓고 길가에 앉아있는 할머니들의 굽어진 손들,
길가에 벌렁 누워있는 쩌든 술냄새의 아저씨까지...
40년을 넘게 보아온 낯익은 정경들이기 때문일거다.




2주동안 전화가 없는 아들때문에 걱정이 된다.

몇주전에 보냈던 메일도 읽지않고 있으니 도대체 어찌 지내고 있는건지...

벤쿠버는 지금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길디긴 밤이 계속되리라.

가뜩이나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아들인데, 우울하고 외롭지나 않을지...

공부에도 관심없는 아이를 영어 배우라 그저 두고있는게 잘하는 일인지.

그래도 돌아오겠단 이야기없이 버팅기고 있는 아들을 믿고 있으면 되는건지.



언제나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몇년이 지난후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 되어 어떤 말을 우리에게 할지, 가끔은 걱정이다.












흐르는 음악은 .... Asian 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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