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온 이후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해야 하니, 하루의 시작은 한시간 이상 빨라졌다. 야행성인지 밤이면 할일이 많이 생각나 1~2시가 지나야 잠자리에 들곤 하니 낮시간에 병든 닭마냥 연거푸 하품이다.
복지관에서 하는 홈페이지 과정의 인원이 쑥 줄어버렸다. 한달동안 강의에 고개만 꺄웃거리시던 어르신네들이 포기하면서 거의 빠지신 탓이다. 덕분에 식구는 단촐해졌고, 각자의 홈페이지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요사인 자료 모은다고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진도 스캔하여 저장하고 예쁜 이미지들 모으고 수정하고...
그런데 밤에도 안자고 컴터앞에 앉아있는 나를 남편이 사이버 중독증 환자 취급이다. 채팅이나 게임에는 취미가 없는 나를 중독이라니...정말로 억울해진다. 친구들에게 보낼 영상글 만들기, 좋은 음악 수집하고 듣기, 거기다 홈피자료 모으기..등등 저녁시간에는 아들이 컴퓨터를 차지하니 자연 나는 밤시간에 할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남편의 걱정도 일리가 있다. 복지관 수업도 없는 느긋한 화요일에, 두 남자가 나간뒤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밀린 잠도 자고 아직 스캔해야할 자료들도 많았지만 남편의 걱정을 덜어줄 겸 운동을 해야겠다면서. 불광천 둑방길은 이제 훤하다. 이곳만큼 걷기 좋은 곳이 있으랴.
한강둔치까지 왕복하는 것이 정규코스지만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서너 정류장 떨어진 곳에 은평구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무료 대여점이 있어서이다. 배우기 시작한 김에 자전거에 대한 공포감을 아주 없애고 말리란 생각이었다.
막상 생각과는 달리 자전거를 혼자 타려니 처음엔 겁이 났다. 출발을 못하고 삐뚤거리며 헤메니 산책나왔던 사람들이 피해가느라 정신이 없다. 30분을 그러다가 자전거가 나가기 시작했다. 안정적이진 못했지만 한강둔치까지 쉬엄쉬엄 달렸다. 어느정도 페달 밟는데 자신이 생기자 걸을때와는 달리 주위도 돌아보고 몸으로 닿는 찬바람도 느껴지니 기분이 마냥 좋다. 한강둔치에 도착하여 음료수 한잔을 마시며 강을 향해 앉아 쉬자니 아직 차거운 강바람이 상기된 얼굴에 차근한 맛으로 닿는다. 때맞추어 나루터에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스피커로 울리니 저만치 보이는 가양대교의 자태가 넘실대는 강물과 조화되어 너무도 예쁘다.
돌아오는 길은 한번도 안쉬고 6Km를 내리 달렸다. 속도도 붙고 방향감도 생겼다. 인터넷으로 자전거를 주문했다.
캐나다에 있을때 자전거를 못탄다고 딸아이한테 얼마나 구박을 받았던지. 하긴 자전거 하이킹을 한다고 스탠리 파크(바다를 접하고 있는 벤쿠버 다운타운의 관광지)를 갔는데 막상 자전거를 타자마자 된통 넘어져 버린 나를 딸아이는 2인용 자전거를 다시 빌려 세시간이 넘도록 뒤에 달고 다녔다.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 그랬겠지만, 쫑알대며 내 타박을 해대는 딸아이 뒤에 매달린 나는 어지간히 자존심 상한채 스타일 망가뜨리고 다녔다.
내가 전화로 자전거를 혼자 탔다고하니 딸아이는 못믿는 눈치다. 남편은 이제야 같이 하이킹할 수 있겠다며 내심 뿌듯해 한다.
한강 둔치에서 삐뚤빼뚤 자전거를 몰며 가는 아줌마를 보더라도 그냥 눈감아주자. 아줌마 딴에는 또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신나있으니 그 기분도 생각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