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활보하는 나라

2003. 9. 11. 00:48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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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있으면 속도감이 없어진다. 모든것이 너무도 느리다.

버스는 사거리 하나를 지날때마다 선다. 정류장간 거리가 내걸음으로 2분 거리나 될까?



엘리베이터는 맘급한 한국사람은 숨넘어갈 정도다. 열리고 닫히는게 슬로우모션으로 촬영한걸 보는듯하다.



이곳에서는 버스를 타던 길을 걷던간에 장애인을 많이 볼수 있다.

아들이 그런다. "벤쿠버에는 장애인들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것 같아."

그런데 알고보면 사실이 아니다. 장애인이 특별히 많은것도 아닌데 늘 보이니까 그렇게 느끼게 되는거다.

다리가 조금 불편해 오래 못걷는 노인이라면, 우리나라에선 지팡이를 짚던지, 심하다면 외출을 포기하고야 말거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자동휠체어로 길거리, 쇼핑몰, 레스토랑으로 안다니는 데가 없다. 오래 걷기가 힘든 노인부터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서울에서 살때 자동휠체어 라는건 병원에서나 보는것으로 알았다.

사지마비 환자나 타고 실내에서나 또는 응급차량으로 이동할때 쓰는거라 생각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자동휠체어를 타고 외출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길 사정으로 한블럭도 못갈거다.
아니면 이동을 한다고 해도 버스나 지하철은 어찌 이용하랴? 건물의 계단은?
결국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신체장애인들은 집에만 있게 될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정류장에 휠체어 탄 사람이 서있는걸 자주 본다.

휠체어를 보게되면 앞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얼른 자리를 뒤로 옮기어 휠체어가 들어올 공간을 확보한다.

운전사는 다른 사람이 다 탄이후에 버튼을 누르고, 앞문으로 휠체어가 탈수 있도록 턱이 낮아지면서 보조장치가 연결된다.

장애인이 타고나면 운전사가 일어나 휠체어와 같이 묶는 안전벨트를 채우고 몇번이나 불편한게 없는지 묻고 확인한 후에야 떠난다.



버스 정류장이 자주 있는것도 엘리베이터가 느리적거리는 것도 노약자들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TV에서 '이민특집"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부부교사로 생활하여 경제적으론 어려움이 없었으나, 정신지체를 가진 아들때문에 뉴질랜드로 이민간 집의 이야기였다.

뉴질랜드에는 정신지체자만 따로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제도가 있었다.

그곳에 가서야 아들은 한 인격체로 인정받아 학교도 다니고 일도 하고..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게 되었다.

부모는 야간청소업을 하는데, 15년 이상 교사로 편히 지내던 그들 부부에겐 어려운 희생이리라.

그래도 아들이 학교에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할수 있어 부모는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들 교육때문에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부모들에게, 일부 남은것 마저도 내놓으라면 기꺼이 내어놓고야 말거다.



딸아이는 나에게 종종 그랬다.

엄마 아빠가 떨어져 있는게 저에겐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그 말에 철수를 결정했지만)

왜 엄마, 아빠는 자식에게 그렇게 많은 희생을 하는지 알수 없단다.

나중에 자기는 아이들을 갖지 않겠단다. 신경쓰고, 부담되고...뭐하러 사서 고생을 하냔다.



캐나디언들을 보면 자식들에게 꽤 냉정한 편이다.

어려서부터 독립적으로 키우기도 하지만 일단 성인이 되면 간섭도 지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내면으론 복지국가란 배경도 있지 않을까?

그들이 병들고 늙어도 나라에서 다 해결해주니 자식들한테 기댈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바꿔 생각하면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에게 희생하고 투자하는건, 늙고 병들었을때 기대기 위함이 조금은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가...?

사실 지금 젊은 세대의 아이들이 나중에 부모를 모신다는건 더욱 어려운 이야기다.
받기만 하고 성장했으니 더우기나 베풀고 감싸안는건 더더욱 못할거고...



만약 내가 선택할수 있다면, 50이후의 삶은 캐나다에서 보내고 싶다.


걸음도 느려지고 힘도 없을때 서울의 버스는 잡기엔 너무 잽싸고,

지하철은 끝없는 계단을 내려 걸어야만 하니 관절염이라도 생기면 대책이 없다.


느리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는 어지럽지도 않을거고, 한블럭마다 서는 느릿한 버스를 타고 하루종일 공원에 앉아 책을 읽다가 강가를 산책해도 좋을테니까....



요사이 한국 유학생 숫자가(단기 연수생까지) 거의 교민수에 육박한다고 들었다.

작년에 유학생들에게 송금한 돈이 총 10조가 된다고 하니, 교육열이 과한건지 근본적으로 교육제도가 잘못된건지...이제 생각해야 할때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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