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덥던 날씨가 비 한번 온후 갑자기 추워졌다. 갑자기 깊어진 가을, 한 여름에 서있다가 가을 한가운데로 뚝 떨어진 기분이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나무들도 제법 가을 채색이 되어 붉은 기운을 띄고있다. 추석날도 송편 한쪽 못 먹은채 이것 저것 정리하다 그냥 지나버렸다. 어제도 비가 하루종일 뿌렸다. 가뭄이 길었으니 우기도 빨리 오나보다. 비가 오는 계절을 견디는 방법도 이제 조금씩 알것 같다.
한방에서 볶닥이다 넓은 집으로와 각기 방으로 흩어지니 밤엔 정말 적막하다. 그나마 서울처럼 각기 방에 TV가 있는게 아니라 TV보는 시간은 거실에 모여 있다. 공간이 넓어지니 맘에 여유도 생기고 아이들 또한 그러한것 같다.
영사관 일을 보러 다운타운에 나갔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조금 막혔다. 영사관 옆에 있는 유료주차장 팻말에 시간당 3불이라 써있어 그곳에 대고 다녀오니 30분 뿐이 안됐는데 6불을 내란다. 저 팻말에 한시간당 3불이라 써있지 않느냐며 가르키는데, 크게 3$/ hour 라고 쓴 밑에 조그맣게 day time- 12$/ hour이라고 써있다. 아차 했지만, 3불인줄 알고 들어왔다고 뻐탱기니 인도인 주차원이 3불만 내란다. 길거리에 주차했으면 2불짜리 코인으로 해결되었을걸.. 아직도 이 나라에선 수업료 내면서 배워야 할게 많이 남았나보다.
얼마전에 한 유학생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이들 둘 데리고 올때 이곳에 사는 교민을 통해 유학수속을 했는데 여러가지 항목(수속 대행비, 정착서비스료...등)으로 9000불을 넘게 지불했다고. 이곳에 와서 여러 사람들의 사정을 들어보니 필요없는 항목을 강요한 면이 있어 부분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항목으로 청구했던 것은 환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전화였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대부분 좋은 분들이 많아 잘 도와주면서 적정한 가격이 있기 마련인데...
교민들이 유학생을 상대로 하는 유학, 이민 업무와 홈스테이,민박에 관한 Business를 많이 하고 있는건 이곳 구조상 어쩔수 없는 일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다 눈 먼 돈이다. 그 타당성이 항상 의심스럽고 불만스러울 수밖에. 남의 나라에 아이들과 달랑 와야하니 그 불안스러움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고, 그때에 도움을 받으면 그 대가가 과한지 어떤지 계산하게 되질 않게 된다는거다.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오는 엄마들이 얼마나 있으랴.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얻는데는 한계가 있다. 나 또한 잘났다고 여유만만하게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한가득 프린트해 왔지만 민박집에서부터 남의 나라에 적응하는 대가로 수업료 톡톡히 치뤘다. 이런 일을 들을때마다 서글프다. 같은 한국 사람들끼리 그렇게 뿐이 못하나 싶기도 하고.
다시 전화해보니 역시 환불은 커녕 도움준 사람한테 뭐하자는 거냐며 야단만 맞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혹시 해라도 될까 그냥 손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나. 항상 똑같은 결론이다. 엄마들은 금방 관대해진다. '돈이야 뭐...' 그렇게 흐지부지...
사흘간 부슬거리던 비가 멎고 오늘은 가을 햇볕이 투명하다. 평소엔 잘 가지않는 Main St. 차이나타운을 한시간 가량 돌아보았다. 2년전 겨울, 밤에 나갔다가 총 맞을뻔한 우범지역이라 그후 도통 가지 않았는데 한낮 풍경은 활기차고 북적한게 꼭 우리네 재래시장 풍경이다. 야채랑 생선 종류가 싸기도 하고 다양하다. 거기다 조금 지저분한거까지. 어쨋든 같은 문화권이라 편하고 푸근하고... 즐거운 쇼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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