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둘...

2004. 3. 18. 16:23벤쿠버의 일상

그리움은 봄볕 사이로 살살 부는 바람,

머리결을 엉클고 실타래처럼 마음도 어지럽힌다.

황사 바람 앞에 몸도 가누지 못하고

허깨비마냥 넘어간다.

 

목마름은 꽃병에 물을 채운다.

타는 갈증은 둔채 꽃을 화병에 담는다.

하나, 둘... 빨강 하나, 노랑 하나....

꽃병을 창문 가에 세워두면

봄볕에 부신 모습으로 예쁜 향기를 토한다.

그제야 물잔을 들고 창가에 앉는다.

 

갈증과 그리움에 마른 마음은

부석부석 소리 내는데

어쩌라고 봄바람은 또 몸을 휘감아 간지르는지...

 

 

친정어머님을 뵐때마다 감탄해 마지않는 것들이 많다.

잘 걷지를 못하셔서, 집안에서도 지팡이 두 개를 의지해 다니시는데,

이 지팡이로 전기 스위치 올리기, 신발 집어 올리기, 옷 집어들기...

정말 써커스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다.

그처럼 적응력이 강하시다 할까.

 

휠체어를 밀고 공원에 가면 추운 날도 그 곳은 항상 햇볕이 따사롭다.

그래서 매일 노인 분들이 만나는 그 장소를 명당이라고 한단다.

한 시절이 다 가버린 노인들이 친구가 되어 같이 걷고 이야기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참으로 정겹다.

 

서울의 황사때문인지 목이 붓고 열이나 며칠을 앓았다.

환경 좋은 나라에서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몸은 그 티를 내고있다.

그래도 아프고 밥맛 없을때 생각나는건, 따끈한 꼬치와 국물 포장마차에서 빠질 수 없는 빨간 떡볶이와 순대였다.

몸이 조금 나은 후 결국 포장마차로 향하는 나를 누가 말리랴.

꼬치 한 개와 진한 국물 한 컵을 먹은 후 가쁜해져 돌아왔다. 벤쿠버로 가고나면 황사때문에 고생은 안하겠지만, "길거리 음식"을 그리기만 해야하니 섭섭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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