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오래 살다보면 다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큰 소리를 쳐보지만,
역시 짝궁 자리가 비면 허전하고 쓸쓸하고... 그저 오래된 습관일까?..
특히 캐나다에선 무엇을 하던 부부가 쌍동이처럼 찰싹 붙어 행동하니
내 독립심이 시험받아 괜히 짝궁한테 눈을 흘기게 되기도 했는데,
....남편이 집을 비운지 한달째, 아이구~ 얼마만에 맞는 자유 시간야~
하던 처음 기분과는 달리 조용한 집에 들어오면 먹는 것도, 운동도
의욕이 없고 무기력해진다. 몇 년간 기러기로도 잘도 생활했는데
온통 떨어져 굴러다니는 잎새들 때문인지 괜히 기분이 가라 앉는다.
흥, 지 혼자 사람들이 버글거리는 서울에서 신났다 말이지?
구형 전화기를 갖고 있어 전화가 잘 안 터지는 것인 줄 알면서도
마음 한 쪽 구석부터 퉁굴 퉁굴 심술이 피어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아픈가? 못 일어났나? 혹???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리만큼 걱정이 가시질 않는다.
전화기를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손을 보며
...나 혹시 과대 망상증???
몇 시간의 씨름 끝에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신나는 짝궁 목소리,
"보고 싶어서 전화 했구나? 나 없으면 안되겠지? "
...아구, 됐네요, 고물 전화기나 버리세요..심통 맞게 되받고 끊는다.
퉁퉁거리며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와서야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웬수니 애물단지니 ...또 내가 붙여준 수 없이 많은 별명들이
남편 얼굴과 겹쳐 떠 오른다.
삐돌이...얼큰이....큰 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