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도하고 영어도 배우고...

2002. 6. 13. 06:22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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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생활이 1년이 다 되어간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10년 세월 만큼이나 날 다져본 기간이다.
서울에서 생활할땐 너무도 바쁘고 피곤하여 늘 단잠같은 휴식을 원했던 나에겐
여유롭고 한가로운 휴식이면서 또 다른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감에 따라 초조해지면서 은근히 풀이 죽어가는걸 부인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자원봉사자 일을 알아본 것은 매사에 의욕을 잃어가는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다양한 캐나디언을 접해볼 목적이었다.
몇군데 전화도 하고 신청서 양식도 보내봤는데,
영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거절되었다.
겨우낸 용기마저 모두 기어들어가고 다시 상심속으로 빠지려하다 생긴 오기…
생각해낸것이 전화번호부에서 Senior Center를 찾아보는것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을 하나 찍어 무조건 찾아갔다.

생각보단 규모가 적은 곳이었고, 내가 원하던 우아한 영어교습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나 하며 시간보내는)을 대신할 자리는 없었다.
담당자는 노인들의 점심준비, 커피 써빙을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한주에 한번 두시간동안 해보기로 했다.

이제 그곳에 다닌지 한달째, 난 제법 재미를 부쳐간다.
처음에는 “Hi, pretty~”, “Hi, my dear~”라고 하는
인사말에도 어색해하며 그저 손만 들었는데
몇번 보고나자 그들의 친숙한 인사법도 정겹다.

"Coffee or ter?" 라는 물음에,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Whiskey, please" 하는 할아버지,
90이 넘어 보행기를 밀고 다니지만 내가 커피잔이라도 들어다 주려하면,
정중하게 No thanks 하며 혼자서 위태롭게 들고가는 할머니,
항상 우아한 옷차림에 새침하게 용건만 이야기하는 공주병 할머니…
내가 잘 못알아들어도, 동문서답을 하여도
그들은 느긋하여 참 편안한 느낌이다.

2주전부터는 봉사시간을 늘려 4시간 정도 머문다.
하루에 10여명 정도의 봉사자들이 오는데 동양여자라곤 나 하나다.
그 곳 책임자는 50 중반의 남미여자인데,
천성적으로 사람들을 좋아하고 명랑한 사람이다.
사람들만 오면 침이 마르도록 내 칭찬을 해대는 바람에 쑥스러워 고개도 못들 정도다.
아마도 자기네 문화속으로 들어온 이방인에 대한 위로와 감사의 표현이리라.

일을 끝내고 나오는 주차장 길로 떨어진 벚꽃잎이 한무더기씩 구두에 밟힌다.
차는 햇볕에 푹 익어 사우나 안처럼 덥다.
벤쿠버는 봄이 느껴지기도 전에 여름으로 달리고 있다.
집으로 가기전에 ‘Tim Horton’에 들려 커다란 아이스카푸치노를 산다.
그 이시리도록 단맛을 이제 나는 벤쿠버의 여름과 함께 꽤나 즐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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