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몇분과 함께 봄나들이를 했다. 10개월을 있으며 이제 벤쿠버는 웬만큼 다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겹으로 핀 벚꽃나무들이 늘어선 길이며, 가지각색의 튤립이 흐드러진 길들... 다 처음보는 곳이었다.
그러고보니 점심먹자고 다운타운 스시집에 도착한게 한시간 가량 드라이브한 이후였나본데 주위의 봄풍경에 넋나가 있어 시간이 흐른지도 몰랐다. 차에서 내려서니 햇빛은 눈부신데 봄바람이 알맞게 살랑이니 정말 환상적인 날씨다. 스시집에서 배를 채우고나니 이제 부족한것이 없다. 다운타운의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어머..저거 이쁘다..까르륵거리며 몇블럭을 걸었나보다.
한분만 나랑 같은 처지의 유학생 엄마고, 세분은 이민오신지 20년, 30년이 지나신 분들이다. 이곳에 사시는 분들, 경제적으로 아주 넉넉한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곳에 오래 사신 분들은 공통점이 많다.
첫째로 마음의 순수함이랄까, 우리처럼 복잡한 생활을 안해서 그런가보다. 둘째는 여유로움을 충분히 즐긴다는것, 10분이면 하이웨이로 가는 다운타운을 한시간을 가도 눈이 즐거운 길을 택하는 것이 그것이다. 셋째로 풍성하진 않아도 자신에게 즐거운 삶의 방식을 고수한다. 여유가 없어도 봄이면 꽃집에서 몇백불어치 꽃을 사들고 가며 정원에 나와 꽃을 심어놓고, 벽을 칠하고 하는것이 남의 이목때문이 아니고 자신이 즐기기 위함이라는것.
나는 이들의 여유로움을 좀처럼 배우지 못한다. 오늘도 하이웨이를 타고 후다닥 일을 보고온 나는 꽃구경을 하며 벚꽃잎이 날리는 길을 찾아 가보리란 맘과는 달리 또 하이웨이를 타고 집으로 오고 말았다.
5월 코 앞에서 아직도 둘러쳐진 산봉우리마다 흰눈이 쌓여있고 그 주위로 온갖 봄꽃이 흐드러진 이 아름다운 벤쿠버의 봄을 나는 보기만 할뿐 느끼지를 못하는 병을 지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