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산에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덮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예뻐 창을 열면, 나무들이 일제이 소리를 지른다. 귓가로 쏴~아 하는 소리가 스치가며 아카시아 냄새가 이내 스민다. 눈이 감긴다. ...언제였던가?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며 한가롭게 커피마시던게... 이것 저것 배운다고 욕심껏 접수해놓고 마무리도 못한채 그만두려니 아쉽기만 하다.
일찍 온 더위때문에 제빵기의 열기 앞에서 땀을 쏟아내고 있다. 더운 날씨엔 유난스레 냉커피며, 음료수를 냉장고 문이 닳도록 먹어대도 열이 많은 체질이라 더위는 견디기 어렵고 힘들다.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다른 이유는 더위가 시작되면 누구보다도 빨리 자외선에 피부가 타면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동남아시아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곤 한다. 순수한 혈통의 한국인에게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말이다. 자외선 크림에 모자를 챙겨 쓰고 다녀도 벌써 눈에 띄게 까매졌다. 거기다 타고난 건강 체질에 움직임도 힘차기만 하니 어디가나 일복은 타고 났다. 나로썬 여러모로 손해다.
..그림처럼 투명한 목덜미에 창백해 보이는 안색을 가진 여리여리한 여인... 보호 본능이 저절로 일어나게 만드는 연약함이... 내 이상형이다.
비행기 뜨기전에 정리할 일이 쌓였다. 냉동실 정리를 하다가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재작년 내가 가기전에 넣어놓았던 미숫가루며 냉동식품들이 구석구석에서 나온다. 소스 종류도 유통기한 지난게 수두룩하다. 쓰레기통에 넣으며 이 죄를 어찌 다 받을까,매번 반성하면서도 조절이 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떠나올때도 한바탕 벌였던 일인데, 이번에 가면 또다시 해야할 일... 그러고보니 왔다갔다 하면서 정리하고 버리는 양만 해도... 평생 엎드려 기도해도 용서되긴 힘들게 생겼다.
지난 주에 컴퓨터 오류가 생기면서 하드가 깨져 프로그램이 다 지워졌다. 문서들은 다시 만들면 되지만, 앨범 5개 분량이 넘는 사진들을 몇개월 걸려 스캔하여 저장한 것이 몽땅 날라간 것이다. CD에 저장하지 못하여 생긴일이다. 다시 스캔을 시작하여야 하는데, 엄두도 못내고 한숨만 짓게 된다. 홈피에 올려놓은 것이 있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밖에... 일복 많은거 모를가봐 또 티를 내놓는다.
뭐든지 욕심부려서 해놓으면 꼭 손해를 보는 것 같다. 자식에 대한 기대, 자녀 교육, 물질에 대한 욕망, 앞질러 가겠다는 집념까지...모두 말이다. 어떤 선전 문구가 떠오른다. '나누고 사는거야...' 몇번이나 깨달아야 정도를 알게되고 현명해 지는 건지, 아니면 평생 반복하며 후회하며 팽이처럼 제자리로 돌기만 할지...지금은 알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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