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란??

2004. 2. 25. 02:30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남편은 내가 서울에 있는 것이 편안해 보인다 하지만, 난 편안하지만은 않다.
    혼자 남아 있는 아들 걱정도 되지만, 번잡한 도시 풍경이 즐겁지 않은 불편함도 있다.
    오랫만에 친구와 만나러 나갔는데, 낯선 거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두 정류장을 다시 걸어야 했다.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익숙해졌는데 나는 이제 서울 생활이 더 어릿버릿하다.
    강남의 거리 한가운데서 두리번거리며 서있는 내 모습이 영락없는 이방인이다.
    서울에 오면 옷차림이며 화장이며 머리 모양에 신경을 쓰게 된다.
    (밴쿠버에서 처럼 맨 얼굴에 츄리닝 입고 다니면 여러군데서 대접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것들도 나에겐 은근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즉 뭔가 편안치 않은 상황이다.이러다가
    어느날 두 나라에서 모두 이방인으로 헤메고 다니게 되지나 않을지...
    오늘은 좋아하는 시를 읽으며 밤을 보내야겠다.
    아들과 몇번의 통화 후 큰 잔으로 가득한 커피를 마셨더니
    새벽 시간에 눈이 초롱해졌다.
      삶의 깊이를 느끼고 싶은 날 詩 용혜원
      삶의 깊이를 느끼고 싶은 날 한 잔의 커피에서
      목을 축인다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거품만 내며 살지는 말아야지
      거칠게 몰아치더라도파도쳐야지 겉돌지는 말아야지
      가슴 한복판에 파고드는멋진 사랑을 하며살아가야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만 살아서는 안되는데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늘 조바심이 난다
      가을이 오면열매를 멋지게 맺는 사과나무 같이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에삶의 깊이를 느끼고 싶은 날
      한 잔의 커피와친구 사이가 된다

    '벤쿠버의 일상 > 기러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편과 떨어져 있어 좋은 점들  (0) 2008.05.14
    그리움 하나  (0) 2004.03.06
    겨울에 앓는 병  (0) 2004.01.17
    하얀 겨울  (0) 2004.01.03
    겨울에 태어난 엄마  (0) 2003.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