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하나

2004. 3. 6. 00:28벤쿠버의 일상/기러기 이야기

서울의 저녁거리를 지나다 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지하철역에서 본 많은 노숙자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직도 저녁이면 쌀쌀한 바람이 부는데,

박스와 신문지만으로자리를 깔고 구부정히 있는 모습이 너무도 안스러웠다.

젊은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어, 안 좋은 경기 탓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후 친구와 만나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을 때에

나는 우리네 경기가 정말 안 좋은 것인지 의심이 났다.

매장마다 많은 쇼핑객들이 있었고, 영양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식당가를 채우고 웃고 있었다.

불경기가 오래되다보니 한쪽에선 잊어버렸든지,

아니면 정말은 불경기가 아니던지, 둘중에 하나이다.

나이가 들면 그리운 것이 많다고 했던가?

오늘도 시내에서 친구와 약속한 길을 몰라 헤메는데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 길을 오래토록 걸으면서 가슴 한켠으로

막연한 그리움으로 허해 온다. 바람소리가 휑하도록...

나이들었다는 것을 이렇게 느껴가니,

깍고 깍아도 다가서는 노년의 시작 오십고개, 한숨이 길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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